2009년 01월 08일
결국에는 현실감각의 문제
아직도 '동인남'을 믿는 사람이 있나요? by Luyoha
나도 나이를 먹었나? 이건 좀 아닌 듯 하다? by 강냉강냉
밸리를 돌아다니다가 읽은 전혀 다른 주제의 전혀 다른 두 글. 그러나 같은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결국에 "취향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말해주는 것인가?"라는 얘기라고 보았지요. 물론 이렇게 표현해보니 당연한 얘기네요. 당연히 취향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만, 단지 그게 "어디까지"인가가 문제가 된다는 것이죠.
한쪽 글에서는 "동인남이라고 지칭하는 부류는 거의 다 거짓말이고 그들은 게이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고, 또 다른 쪽 글에서는 "덕혜옹주의 가슴아픈 사연을 보고 우리나라의 역사를 잊지 말자고 리플을 다는 사람의 닉이 일본어인 것이 거슬린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문제는 "BL물을 좋아하는 남자는 게이다", "일본을 좋아하는 사람은 우리나라 역사를 논할 자격이 없다"라는 이야기를 깔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불편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지나치게 단순화 시켜서 표현한 것 같아 보이신다면 죄송합니다. 그냥 제 글의 논지를 위해 필요한 부분을 추려낸 것 뿐입니다. ^^; 물론 원래 글에서는 단순히 이런 주제만으로 이야기한 것이 아니거나, 좀 더 순화시켜서 조심스럽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 알고 있습니다)
즉,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 과연 어디까지 그 사람의 정체성을 이야기하고 있냐는 점인데, 요즘 시간도 없는데 또 패닉에 빠져서 블로그질하고 있을 여유가 없으니(...) 간단하게 결론만 말하자면, 결국에 문제는 '현실감각'이라고 봅니다.
BL, 좋아할 수 있습니다. 저도 소싯적에 꽤 좋아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BL이 현실이 아닌 판타지라는 것을 알고 균형감각을 가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깊이 빠져있든간에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각종 BL 이미지들에 꺅꺅대는 여성들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현실과 다름을 인지하고 순수한 유희로써 즐기는 것이라면 그건 단순히 취향의 영역일 뿐이지요. 즉 첫글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판타지를 판타지로 인식하지 못하고 '동인남'이라는 존재에게 환상 속의 BL의 이미지를 투영하고 거기에 빠져드는 철없는 일부 여성들과 또 그것을 이용하는 일부 남성들일 뿐, "BL을 좋아한다면 그 남자는 게이어야 한다"고 생각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일반적인 남성이라면 본능적으로 혐오감을 느끼기가 쉬운 분야인지라 그런 식의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여지는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요 ^^; 하지만 분명히 '반쯤은 장난으로'라도 BL을 즐기며 동인활동을 하는 남성도 저 어딘가 있으리라고 확신합니다. 또한 '여성향을 인정해주는 남자'라는 이유로 여성들이 매력을 느낄 수도 있다는 점 인정하고요. 하지만 '동인남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이 여자를 끼고 있다'라고 해서 그것만으로 비난할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또한, 일본어 닉을 쓸 정도로 일본 문화에 빠져 있다고는 해도 일본이 지상천국이며 정의라는 환상에 빠져있지만 않으면, 그것 역시 괜찮다고 봅니다. 두번째 글에서 글쓴 분이 보신 그 일본닉이 덕혜옹주를 비하하고 일본을 찬양한 것도 아닌 이상, 일본닉을 사용했다는 것만으로 비난할 수 없습니다. 그 닉에서 그 사람의 취향이 드러나기는 하지만, 실제 그 사람의 생각을 볼 수 있는 리플 자체에서는 그 취향이 자신의 역사 인식을 좀먹지 않았다는 것을 볼 수 있으니까요. 물론 덕혜옹주에 대한 글에서 일본어닉을 보았을 때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점 역시 이해합니다. 마치 장례식에서 화려한 색의 옷을 본 듯한, 어울리지 않고 예의에 맞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겠죠. 하지만 역시 중요한 건 진심을 담은 조의가 아니겠습니까. (이래서 비유가 좀 위험하기는 한데, 물론 장례식에 그런 옷을 입고 오면 욕 먹죠. 하지만 인터넷에서 누구나 지나다니며 달 수 있는 리플과 장례식은 상황이 다르니까요.;;)
진짜 결론만 내고 다시 공부하러 돌아가자면, 신경증과 정신병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병식病識, 즉 현실감각입니다. 똑같은 분류가 "빠"와 "팬"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빠는 얼마든지 까도 되지만, 팬의 영역일 때는 '취향이라능 존중해달라능'이 적용될 수 있다는 거.
# by | 2009/01/08 15:07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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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원글 자체보다는 리플들을 통해서 확장되어 가는 논의들 때문에 한 번 원론적인 당연한 사실을 한 번 글로 써보고 싶었던 것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두번째 글인 강냉강냉님의 글은 일방적이 아니라 매우 조심스럽게 위화감을 표현하신 것 뿐이기 때문에 괜히 이런 글로 마음 상하게 한 건 아닌지 죄송스럽네요.